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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일문학과

해외연수

해외연수 후기_박상연
등록일
2020-04-23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66


추운 겨울, 따뜻한 힐링


컴퍼스로 작은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려는 경향을 ‘컴퍼스 콤플렉스’라 한다. 일문과 학생으로 3년을 지내는 동안 나 역시 조그만 원을 그리며 그 안에서 대학생활을 했다. 3학년 2학기, 조애숙교수님의 강의에서 후쿠오카 대학교 단기연수에 대해 들었는데 나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유는 1학년을 마치고 해외봉사로 1년간 남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스페인어와 일본어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어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내가 일본에 있는 대학교에 단기연수를 간다니...말도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단기연수를 갈 수 있게 된 계기로는 교수님의 권유가 가장 큰 힘이 되어서였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나니 앞서 했던 걱정보단 새로운 곳에 가서 보고, 배울 것들에 대한 설렘이 가득해졌다.


나의 신세계, 후쿠오카


멀미 약을 먹지 않은 탓에 배 멀미를 심하게 했지만 후쿠오카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구름 위에 있는 기분이랄까 추위도 멀미도 잊은 채 일본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려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2주 동안 지내게 될 숙소에 도착 했을 때 나를 포함한 여학생 3명이 지내기엔 넓다고 생각될 만큼 좋은 곳이었다. 짐 정리를 마치고 내일부터 시작될 일정으로 한껏 기대에 부푼 채 잠이 들었다. 이튿날, 간단한 캠퍼스 투어를 마치고 저녁엔 교류회가 있었는데 처음 만난 일본 현지 학생들과 많이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문화체험으로 쿠시다신사와 하카타역의 캐널시티에 가던 날에서야 조금씩 현지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요시에라는 친구와는 하루 동안 같이 다니게 되면서 친해졌다. 수줍음이 많아 보였던 요시에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우리에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항상 웃으며 같이 다녀주었다.


수업이 있기 하루 전의 문화체험으로 기모노와 다도체험을 했다. 처음 입어보는 기모노는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여러 번 손을 거쳐야 입을 수 있었다. 화려한 우리나라 한복만큼이나 기모노도 곱고 색채가 아름다웠고 입혀주신 분들의 정성이 담겨있는지라 몸가짐이 조심스러워 지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기모노를 입고 어색한 미소를 띠며 일본인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가람언니와 소영이와는 서로 다른 모양의 오비장식을 구경하며 다도체험을 기다렸다.


다도라 하면 꽤나 엄숙한 분위기일거라 생각하여 경직되어 있었는데 차를 마시기전에 먹는 조그맣고 달콤한 화과자와 다도를 가르쳐주시는 분의 친절한 설명으로 편하게 다도를 즐길 수 있었다. 예쁜 연둣빛 새싹 잎 같은 고운 색깔의 다완에 담긴 말차를 가슴 높이로 올려 색을 감상하고, 얼굴 높이로 올려 차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차를 마셨다. 처음 마실 땐 씁쓸했지만 말차의 부드러운 거품으로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인상 깊었다. 특히나 다도체험이 좋았던 이유는 일본인들이 모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련된 수업 같아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니혼고 니혼고


첫 수업이 있던 날. 너무 긴장한 나머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줄 알았는데 니노미야 센세의 부드럽고 재미있는 수업 분위기로 날마다 긴장이 풀어져가고 즐거웠다. 오전 수업에는 일본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마지막 날에 있을 PT를 위해 앙케이트 조사와 관련해 PPT를 만들고 직접 앙케이트를 하러 학교 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하기도 했다. 나와 같이 PT를 하게 된 민정이와는 한국과 일본의 성형인식에 대한 조사를 주제로 하였다.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이 한국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성형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땐 적극적으로 대답을 해주었지만 일본 현지 학생들은 소극적인 반응이 많았다. 좀 더 예뻐지고 멋있어지고 싶은 젊은 사람들의 욕구와 자기관리 차원에서의 성형이 한국에서는 유행하고 있어 일본의 젊은 층도 그러할 거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일본은 성형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개방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프레젠테이션 당일 날, 부족한 실력으로 발표를 했음에도 현지 학생들은 많은 관심과 질문을 해주었다. 흥미로운 주제였다고 칭찬을 해주는 친구도 있었고 살며시 성형에 대해 묻는 여학생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받은 수료증에 적힌 내 이름을 보면서 짧은 기간 후쿠오카에서 받아가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벅차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 날 저녁에 있던 송별회에서는 첫 날과 달리 일본 현지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을 전하며 다시 후쿠오카에 놀러 올 약속을 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후쿠오카


우주에 나가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 별의 수만큼 있다고 한다.

이번 후쿠오카 단기연수로 정말 가보지 않았음 몰랐을 일들을 많이 느끼고 왔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선진화된 모습을 여러 방면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나 큰 거리나 골목골목의 깨끗한 거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소형차나 자전거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검소함이 묻어나는 생활모습이 느껴졌고 식사를 할 때면 정갈하게 차려 나오는 음식들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가족들 선물과 기념품을 사느라 하루도 빠짐없이 쇼핑을 다녔는데 어느 곳을 가나 물건을 계산하거나 선물포장을 할 때면 점원들의 태도에서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담아 고객을 대한다는 것을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각박해진 요즘의 한국사회가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삶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감상문은 후쿠오카에서 매일매일 적은 일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사실 대부분이 먹고 놀고 했던 내용이 많아 부끄럽지만 어떤 기회로든 다시 한 번 일본에 가게 된다면 미처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본의 여러 문화를 더 자세히 배우고 싶다. 짧은 기간의 단기연수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안겨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컴퍼스의 크기를 키워 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